크리스마스 메시지_베드로 할아버지가 마가에게 들려 준 이야기

2019. 12. 25. 01:42개꿀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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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되고 기쁜 성탄 되세요~ 메리크리스마스 :)

본 이야기는 마르코(마가)복음을 기초하여 재구성된 것입니다.

 

https://youtu.be/qAdNiVL8p_E

 

크리스마스이브에 들려준 시몬(피터) 할아버지 이야기

 

이대웅

 

1. 첫 만남

어둠이 별을 더욱 빛나게 하는 어느 크리스마스이브의 일이다.

어느 작은 시골마을에 수염이 덥수룩하게 난 할아버지가

붉은 벽돌 사이에 난 아궁이에 잘 마른 통나무를 집어넣으며 불을 지폈다.

손자로 보이는 아이가 할아버지에게 무슨 말을 걸었는지

벽난로에 핀 불꽃보다 더 힘이 있는 불빛이 할아버지의 눈에서 반짝였다.

 

그 사람이 누구냐고? 허허 그렇다면 오늘은 그분 이야기를 들려줄까?”

할아버지는 벽난로 옆에 있는 흔들의자에 조심스럽게 앉더니

수염을 씰룩거리며 아이를 바라보았다.

할아버지의 동그랗고 큰 눈, 그리고 깊고 까만 홍채는

순간 숨을 쉬기 힘이 들 정도로 강렬한 인상이었다.

그것은 마치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데

무엇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 같았고.

더욱이 팔걸이에 얹은 두 손은 어깨부터 살며시 떨려오고 있는데

그것은 마치 벅찬 감정과 흥분된 감동으로 흔들리는 것만 같았다.

할아버지는 미리 준비된 베르가모트 향이 첨가된 얼 그레이 티를 찻잔에 따르며

약간 격양된 어조로, 그러나 차분하게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했다.

 

갈릴리 바다는 하나님께서 그만 지구를 빠뜨리셨는지 그 생명의 빛을 발하는 바다란다.

나는 그 바닷가에서 예수님을 만났지.

갈릴리 바다는 사실 호수야. 그런데 워낙 넓고 깊어서 바다라고 불린단다.

때로는 바람이 이 갈릴리로 하프를 켜면 그 바람에 파도가 춤을 추기도 하지.

나는 바로 이 갈릴리가 있는 벳새다에서 태어났어.

이 바닥에서는 고기를 잡는 데에는 내가 누구보다도 전문가였지.

그런데 그 날은 이상하게도 고기가 한 마리도 잡히질 않았어.

그런데 내가 누구야? 바다의 사나이, 집념의 사나이 시몬이라고.

그래서 난 밤새도록 그물을 내리고 올리고 계속해서 낚시질을 했지,

그러다보니 이제는 먹고사는 문제의 차원을 초월해서 자존심의 문제가 되어버렸지.

어디 이놈의 물고기야 네 녀석이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해보자.’

보이지도 않는 물고기와 옥신각신 다투는 사이

달은 날 비웃듯이 입가에 미소를 지고는 사라지더니 금세 동이 터왔어.

팔은 저려오고 다리는 후들거리고 이마에는 힘이 들어서 흘리는 땀보다는

물고기가 잡히지 않는 불안과 초조함,

그러한 긴장으로 인한 식은땀이 비 오듯 더 많이 흘러내렸지.”

할아버지는 차를 천천히 한 모금 마시고는 한숨과 함께 말씀을 이었다.

결국 난 한 마리도 못 잡았어.

그래서 매우 허탈하고 씁쓸해서 몸과 마음은 모두 너무나도 지쳐있었단다.

감정은 상할 때로 상해 있어서 상심 그 자체였지.

나는 배를 간신히 정박하고는 그물을 수선하고 있었어.

잡히라는 고기는 안 잡히고 온갖 수풀에 돌무더기들과 잡동사니들이 어지럽게 얽혀있었지.

착잡한 나의 마음을 정리하듯이 나는 내 그물을 손질했어.

그런데 주변에서 사람들이 웅성거리면서 모여 있었던 거야.

그리고 그 무리 중 한사람이 내게 오더니만

안 쓰는 배냐고 하면서 배를 육지에서 조금 띄워달라고 하는 것이었지.

그러더니만 배 위에서 그 사람은 설교를 하기 시작했단다.

나는 슬슬 짜증이 밀려왔지.

가뜩이나 신경이 날카로워진 그 때에 나는 시끄러운 것이 너무나 싫었어.

조금은 그냥 조용히 있고 싶었고 서둘러 집에 가서 쉬고 싶은 마음만이 굴뚝같았지.

그러나 그물은 마저 정리해야 하니 나는 하는 수 없이 그 사람의 가르침을 들었단다.

사실 난 그 사람이 그 때가 초면이 아니었거든.

처음이었으면 난 분명히 거절했을 것이야.

그런데 그분은 전에 나의 동생 안드레의 소개로 인사를 한 적이 있던 분이었지.

그리고 그분은 당돌하게도 나를 보자마자 게바(Geba)라는 별명을 지어주셨어.

나 원 참, 게바가 무슨 뜻인지 알아? 돌이야 돌! 그래서 내 이름이 피터(베드로)가 되었단다

할아버지는 갑자기 혼자서 한참을 웃으시더니 다시 말씀을 이었다.

그날 나는 나의 복잡한 감정을 조절하기 힘들었지만,

보는 눈도 많고 그래서 그분의 부탁을 들어주는 샘치고 내 할 일을 하고 있었지.

그런데 그분의 말씀을 듣는 동안 신기하게도

나의 피곤한 마음은 가시고 정신이 또렷해지는 것이야.

자꾸만 그분의 목소리에 신경이 쓰이고 심지어는 가슴이 쿵쾅쿵쾅 달음박질을 하였지.

생각해보니 안드레는 전에 나에게 이분을 소개할 때 메시아라고 했어.

확실히 이분이 이 나라를 구원할 구원자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분의 말씀은 탁월했지.

내 마음이 어느 정도 녹아내린 것을 보면 정치인들 못지않게 언변만큼은 좋았거든.

그런데 그분이 말씀을 마치시고는 나에게 깊은 데로 가서

그물을 내려 고기를 잡으라는 것이야. 하하하

이 얼마나 가당치도 않는 이야기인지 너는 알겠니?

나는 이 바다에서 잔뼈가 굵은 프로 중의 프로라고.

그런데 어디서 듣보잡이 인기가 조금 있다고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 하는 거야.

더군다나 내가 지금 얼마나 피곤한 상태인데,

순간 물러나던 피로와 짜증이 쓰나미처럼 몰려오더구나.

그러나 그를 따르던 무리가 너무나 많아서

격한 감정을 간신히 추스르고는 말씀을 드렸단다.

선생님, 우리들이 밤새도록 수고를 했지만 얻은 것이 없습니다.

그러나 내가 당신의 말씀에 의지하여 그물을 내려 보겠습니다.’

이 말은 물고기가 안 잡혀도 내 탓이 아니라는 것이었지.

한마디로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는데

잡히지 않는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그 사람의 책임이라는 것이었단다.

나야 잡히면 좋고 안 잡혀도 내 탓은 아니니 그 비웃음은

저 잘나신 선생의 몫이라 생각해서 친구들을 끌고 같이 깊은 곳으로 갔단다.

여기는 분명히 내가 밤에도 그물을 내렸던 곳이었기 때문에 틀림없이 잡힐 리가 없었지.

그래서 그물이나 씻는다는 생각으로 대충 그물을 던졌어.

아무런 믿음도 없이 무척이나 성의 없이 말이야.

그런데 이게 웬일이란 말인가? 나는 그 때의 그 충격적인 느낌을 결코 잊을 수가 없어.

그 때의 그 느낌! , 이 무게는 결코 겪어본 감각이 아니었어.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무게감이었지.

그리고 나의 손끝에서 전해오는 생동감은 암초 따위가 아닌 살아있는 것이 확실했단다.

나는 내가 설마 바다괴물인 라합(Rahab)이나

크라켄(Kraken)을 건지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에 두려운 마음마저 들었단다.

왜냐하면 그물을 끌어올리는데 그물이 찢어지기까지 하는 것이었거든.

그래서 나는 급한 마음에 친구들에게 도와달라고 소리를 쳤단다.”

할아버지는 잠시 눈을 지그시 감으셨다가 다시 아이의 눈을 똑바로 보고는 말문을 열었다.

나는 정말 죄인이야. 돌이켜보면 나는 너무나 비겁한 사람이었어.

끌어올려지는 수많은 물고기의 무게는 나의 죄의 무게처럼 느껴졌고

찢겨지는 그물을 보며 나의 생각은 갈기갈기 찢겨져 흩날렸단다.

광풍을 만난 파도처럼 밀려오는 죄책감과

감당할 수 없는 무게로 짓누르는 수치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지.

물고기를 두 배에 가득히 실을 동안 내 머릿속은 너무나 어지럽기만 했단다.

더군다나 물고기는 너무나 많아서 두 배가 가라앉을 지경이었다고.

나는 차라리 내가 저 물속에 가라앉고 싶은 마음마저 들었어.

나는 차마 그분을 제대로 바라볼 자신이 없었거든.

그래서 곧장 나는 그분께 달려가서 땅 바닥에 고개를 처박고 말했단다.

주여, 나를 떠나소서. 나는 죄인입니다.’

나의 생각, 나의 경험, 내가 가진 것에 대한 자부심과 자긍심으로 사로잡혀있는 나에게,

그분은 포로가 된 자에게 참으로 자유를 주신 분이셨지.

내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아시는 그분께서 나를 부르셨단다.

그분에게 의심을 보낸 나에게 그분은 신뢰를 보내셨어.

물고기나 낚는 나를 부르시고는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게 하리라고 말씀하셨지.

그 말씀은 내가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는 것이 아니라

그분이 나를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게 하시는 것이었어.

그렇게 우리의 만남은 시작이 되었단다.”